당시는 2005년 3월 7일 이었다. 햇살은 좋았고, 봄기운의 완연함이 높게 뻗어있는 나무들, 여기저기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노란 가방을 매고 어린이집으로 총총 들어가는 아이들, 도시락 바구니를 싣고 어디론가 분주히 출발하는 사회복지사 등 소소하고 일상적 장면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나의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첫 출근날, 건널목에 서서 복지관의 5층 건물을 가슴 벅차게 바라보며, 외벽에 붙어있는 ‘당감종 합 사 회 복 지 관’ 간판을 한글자 한글자 눈에 담았다. 내가 여기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내가 필요한 일에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고자 다짐했다. 그렇게 나의 카리타스인으로서의 하루가 시작되었고 어느덧16년이 넘어간다. 당시 나의 입사지원서를 보니 처음과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29세의 혈기왕성한 주부이자 한 아이의 엄마입니다...(중략)...사회복지일을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며, 어떤 일이건 간에 대충 대충하는 것은 안하느니 못하다는 것을 좌우명으로..(중략)...배우는 자세로 초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입사초기에 나는 혈기왕성, 책임감, 초심을 늘 가지겠다고 하였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자면 혈기왕성 부분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고 책임감과 초심 부분에서는 처음과 같이 지금까지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주민을 만나고 사회복지를 실천하였다고 생각한다.

당시 하나되게 하소서라는 미션아래 우리안에 하나, 지역안에 하나를 실천하고자 아동, 장애인, 지역, 여성, 노인 등 통합적 가치를 가지고 지역복지실천에 노력하였다. 생애주기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참여의 장을 마련하였다. 당감복지관은 지리적으로 평지에 위치하고 지역주민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양한 사회교육프로그램, 발달장애인 지원프로그램,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여가 활동 및 지역사회보호사업들을 카리타스 정신을 가지고 사랑으로 실천해온 시간들이었다.

내가 여기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내가 필요한 일에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고자 다짐했다. 그렇게 나의 카리타스인으로서의 하루가 시작되었고 어느덧 16년이 넘어간다.

2019년 9월, 추석을 앞둔 어느날 외근 중이었다. 갑자기 멍하고 망치로 나의 머리로 강하게 내려치는 느낌으로 정신을 잃고 동아대 응급실로 향했다. 지주막하뇌출혈이다. 긴 수술시간과 보름이 넘는 입원 기간 동안 기도하고 기도했다. ‘주님, 저를 어엿비 여겨주소서.’, ‘저를 주님의 도구로 써주소서’를 중얼거렸다. 법인신부님, 복지관수녀님과 직원들, 성당지인들 무수한 화살기도들이 나에게 각각의 빛으로 오는 것을 경험하였다. 이후 병실로 회진을 온 담당의사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신기하네~’하였다. 말하고, 듣고, 팔다리 다 움직임 등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표현이었다. 수술은 잘 되었고, 같은날 들어온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성환자는 경과가 매우 좋지 않아 그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한상황이란다. 작년 한해 복지관 휴직을 하는 동안 감사와 사랑 실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하였다.

나는 당감복지관을 만나고 천주교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입사 후 엘리사벳으로 세례를 받고 견진을 통하여 빅토리아로 세례명으로 받았다. 교적에는 엘리사벳빅토리아로 두명의 주보성인 이름이 함께 올라가 있다. 참 욕심이 많기도 하다. 현재 슬하에 세 명의 아들을 두고 있고 내가 세례를 받은 후 세 명의 아이들과 남편, 친정엄마까지 모두 성당에 데리고 가서 세례받게 하였다. 미약하지만 나의 작은 기도로 가족들이 세례를 받게되고 미사를 가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드디어 작년 11월 초등학교 3학년 막내아들의 첫 영성제가 있었다. 코로나-19로 변수가 많았던 시간,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순간!, ‘아! 감사합니다.’라고 작은소리로 외치며 하느님의 사랑이 내 마음속에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카리타스는 나에게 인연이고 감사이다.

마지막으로 당감종합사회복지관은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생태지향복지관을 지향하고있다. 사람중심, 환경중심, 지역중심의 복지관이 되기 위하여 관장수님이하 전 직원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카리타스를 통한 하느님 나라 구현이라는 법인미션을 마음에 담고 오늘도 참사랑실천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보이게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따뜻한 빛이 되기 위해 오늘도 당감복지관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