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울산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이득규 토마스


“이번 9월에 울산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 갓 2주를 넘기는 동안 아직도 직함이 입에 붙지 않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부산지역 종합사회복지관에서만 23년 쌓은 경력에, 울산장애인복지관 관장직은 여태 생각해 보지 못한 미래였습니다. 세상에 우연적인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나름 계획적인 삶을 살았노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극적인 우연은 필연! 이 또한 주님의 계획이겠지요?
이 부르심에 어떤 응답으로 채워 나갈까?, 어떤 쓰임을 계획하신 걸까?
익숙하던 사람과 일을 떠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해나가야 합니다. 오랜 세월을 한 지역에서 한 직종으로 보낸 만큼 많은 것을 두고 왔고, 또 많은 것을 품에 안고 왔습니다. 이제 그 경험이라는 양분과 이 기관이 가진 힘을 한데 모아 차근차근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 시간을 생각 해봅니다. 2001년 새내기 사회복지사로 서구복지관에서 우리 법인과 인연을 맺고 근무하다, 한동안 법인을 떠났던 적도 있었습니다. 떠나보니 우리 법인의 그늘이 얼마나 시원하고 든든했는지 지난 시간을 추억 할 무렵, 또 한 번의 부르심은 사하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어났습니다. 갑작스럽게 사하복지관을 위탁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이희배 관장님께 인사드리러 가던 차에 “저를 다시 받아 주시면 열심히, 잘 해보겠습니다.” 했습니다. 그렇게 입사 지원을 하고, 감사하게도 저를 다시 받아 주시어 우리법인으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돌아온 탕자는 허물어진 기둥을 세우고, 듬직한 동료들과 밭을 일구어 빈 곳간을 채워 나갔습니다. 어제 주민의 욕구를 알게 되면, 오늘 실행에 옮겼습니다. 무리 중에 가장 작은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내는 것, 그것이 나와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르심의 응답이었습니다. 노력의 결과는 많은 성과와 주민의 신뢰로 보답받았습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는 일, 그것이 작은 이를 위한 복지공동체의 첫걸음
자 이제 다시 한번, 부르심 응답하기 위해 울산광역시장애인복지관으로 왔습니다. ‘알아채고-생각하고-행동하는’ 일련의 과업 과정은 이곳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분주한 일과 속에서 지역 장애인을 위한 과업이 수행되고 있습니다. 이전 기관에 비하면 규모도 크고 맡겨진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변함없는 사회복지기관의 역할은 무리 중에 가장 작은 이를 돌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가장 작은 이를 돌보는 것은 곧 아흔아홉 마리 양 중에서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막막한 일상을 이어가는 장애인이 한 마리의 양일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알아채고, 생각하고 또 행동해야 합니다.
한편 잃어버린 양은 우리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하고, 소진의 끝에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한때의 저도 무리 밖에서 방황하다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법인은 ‘왜 길을 잃었는가?’ 채근하기보다는 조건 없는 사랑으로 보듬어 주었습니다. 이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천이 “가장 작은 이를 위한 복지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의 하나 일 것입니다. 동료의 노력을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서로가 가진 사랑의 마음을 연결하는 것, 그것이 여기에서 해야 하는 저의 쓰임이고 주님의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걸음을 이어가겠습니다. 앞서거나 재촉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세상 가장 작은 이들을 위한 복지공동체를 위해!